국가지도집 1권  2019

남북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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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관계는 1945년 분단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질서에 의해 반목과 적대의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국제 냉전 질서가 해체되었고 1997년 2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햇볕 정책이라 불리는 전향적인 대북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분단 이후 최초로 2000년 6월 13일에서 15일까지 남측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 회담이 평양에서 열렸고, 6·15 남북 공동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공동 선언에서는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경제 협력을 통한 남북한 교류 활성화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남측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두 번째 남북 정상 회담을 가졌고,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제목의 남북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 성명은 ‘10·4 남북 공동 선언’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서는 6·15 공동 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따른 제반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2008년 이후 남북 관계는 경색되었다가, 2018년 남측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일 국무위원장 간 세 차례 남북 정상 회담을 진행하였다.

 

 세 번째 정상 회담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진행되었고 남북 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였으며, 네 번째 정상 회담은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공개 회담으로 진행되었다. 다섯 번째 정상 회담은 2018년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었고 비핵화와 함께 군사, 경제, 이산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합의가 ‘9·19 평양 공동 선언’에 담겼다.

 남북 간 교류 협력은 분단 이후 1960년대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가, 1970년대 들어 양국 적십자사 간 물자 교류 논의로 시작되었다. 이후 1994년 11월 8일 김영삼 정부는 제1차 남북 경협 활성화 조치를 발표하였고, 1998년 4월 30일 김대중 정부의 제2차 남북 경협 활성화 조치와 2000년 6월 남북 정상 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경제 협력은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남북 경협은 상품 교역 등의 일반 교역에서 시작하여, 위탁 가공 교역과 직접 투자의 순으로 발전하였다. 북에서 남으로 반입되는 경우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성 공단 등의 사업이 안정화된 2010년부터는 경제 협력(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기타 경공업 협력)에서의 반입액이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남에서 북으로의 반출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데, 남북 경협의 초기 비상업적 거래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다가, 점차 경제 협력의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북 경제 협력의 진전은 이산가족 교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경제 교류가 가장 활발하였던 2003년에서 2007년까지 민간과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는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면서 증가하다가 남북 관계가 경색된 2008년 이후에는 급격히 축소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남북 관계의 회복은 특히 남북 문화 예술 교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예술단의 상호 방문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되었다. 이외에도 2018년 10~12월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조사 재개, 2018 아시아 경기 대회 개회식 공동 입장 및 남북 단일팀 구성 참가 등 체육, 학술, 문화유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교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한 남북 경협 사업으로는 금강산 관광 산업, 남북 철도 · 도로 연결 사업, 개성 공단 개발 사업 등이 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에 시작되었고, 북측에서는 2002년 11월 13일 ‘금강산관광지구법’을 제정하여 금강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남과 북은 2000년 7월과 8월에 개최된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하여 경의선 철도(서울 ― 신의주)와 도로(문산 ― 개성)의 연결에 합의하였다. 이후 2002년 9월 18일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 도로 연결 공사 착공식이 이루어졌다. 이후 2003년 초부터 경의선 도로를 통하여 개성 공단 개발을 위한 임시 통행이 시작되었고, 동해선 도로 역시 2003년 2월 11일 임시 도로 개통식 이후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이용되었다. 2007년 5월에는 경의선 문산역 ― 개성역, 동해선 금강산역 ― 제진역 구간에 대한 열차를 시범 운행하였으며, 그해 12월부터는 경의선 문산 ― 봉동 간의 화물 열차 정기 운행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경색에 따라 2008년 11월 28일에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는데, 이때까지 총 222회(편도 기준) 운행되었다.

 

 개성 공단 사업은 2000년 8월 남측의 현대아산과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 합의로 시작되어, 2003년 6월 30일 1단계 330만m²에 대한 개발을 시작하였고, 2004년 12월 15일 입주 기업에서 첫 제품을 출하하였다. 2015년 12월 개성 공단 사업은 입주 기업 125곳, 북측 노동자 5만 5천 명, 누적 생산액 32.3억 달러로 빠르게 성장하였으나,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폐쇄 결정으로 2019년 8월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이다.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의 철도 ·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이행을 위해 2018년 6월 26일 10년 만에 남북 철도 협력 분과 회담을 가지고 남북 철도 연결 구간 공동 점검을 실시하고 동해선 · 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 사업으로 북한 지역에 대한 현지 공동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11월 30일부터 18일간 경의선 개성 ― 신의주 구간(약 400km)과 동해선 금강산 ― 두만강 구간(약 800km)을 공동으로 조사하였고,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을 개최하였다.

 

 2018년 9월 19일 평양 정상 회담에서 평양 공동 선언의 부속 합의서로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채택되었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적대 행위 중지, 비무장 지대 평화 지대화, 서해 평화 수역 조성, 교류 협력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 등 기존의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를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로, 2018년 10월 1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판문점 공동 경비 구역(JSA) 비무장화 작업을 시작하여 초소 · 화기 철수 및 인원 조정, 남 · 북 · 유엔사 공동 검증 등을 10월 말까지 완료했다. 또한, 11월 1일부터 비무장 지대 내 쌍방 1km 이내 근접 비무장 지대 감시 초소 시범 철수를 진행하여, 11월 30일에는 시설물을 보존하기로 한 1개를 제외한 10개 비무장 지대 감시 초소에 대해 철거 · 파괴 작업을 완료하였다.

 

 12월 12일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의 군인들이 상대측 GP를 직접 방문하여 철수 및 파괴 조치 상태를 확인하는 상호 현장 검증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11월 5일부터 12월 9일까지 한강 하구에서의 민간 선박 자유 항행에 대한 군사적 보장을 위해 남북 공동 수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남북 관계의 진전은 남북 간 접경 지역의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